★♥ 눈물의 밥 한 그릇 ♥★
아버지에게 절망의 순간이 닥쳤습니다. 사업이 망하면서 온 가족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앉게 된 것입니다. 나이 오십 줄에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자주 술을 찾았고, 방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결국 아내는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날도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갔는데 한참 꼼지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린 맏딸이 고사리 같은 두 손으로 밥상을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작은 딸이 아랫목에 겹겹이 덮어 놓은 이불 밑에서 밥 한 그릇을 꺼내 놓았습니다.
아랫목 이불 밑에 밥을 넣어두면 식지 않는다는 것을 철부지들이 어떻게 배웠을까, 아이들은 이불 밑에 밥을 넣어두고 얼마나 기다렸을까 싶어 아버지는 그날, 눈물 밥을 먹었습니다. 그 밥 한 그릇이 아버지를 다시 일어서게 했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힘들 때마다 그날 밤의 눈물 밥을 떠올린다고 합니다.
어느 잡지에서 이런 사연을 읽다가 김진경 시인의 <이팝나무 꽃 피었다>라는 시를 떠올렸습니다. 시인은 어머니의 밥을 떠올리며 이렇게 썼습니다.
촛불 연기처럼 꺼져가던 어머니, “바 – 압?” 마지막 눈길을 주며 또 밥 차려 주러 또 밥 차려 주러 부시럭부시럭 윗몸을 일으키시다
마지막 밥 한 그릇 끝내 못 차려주고 떠나는 게 서운한지 눈물 한 방울 떨어뜨리신다.
그 눈물 툭 떨어져 뿌리에 닿았는지 이팝나무 한 그루 먼 곳에 몸 일으킨다.
먼 세상에서 이켠으로 가까스로 가지 뻗어 톡 경계를 찢는지
밥알같이 하얀 꽃 가득 피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시인의 눈에는 이팝나무에 가득 피어난 꽃이 어머니가 그토록 차려 주고 싶어 하던, 생의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식에게 먹이고 싶어 하던 하얀 쌀밥처럼 보였습니다.
일에 실패해서 어깨가 축 처진 아버지에게 따뜻한 밥을 지어 숟가락을 들게 하는 어린 딸들, 마음이 뻥 뚫린 자식에게 밥을 지어 먹이며 몸이 실해야 슬픔도 이겨 낸다고 하는 어머니, 밥상을 차려 주는 것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대신하는 가족들, 그들이 있는 한 우리는 힘을 낼 수 있겠지요.
어린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어준 밥을 먹어본 사람은, 어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추억하는 사람은 절망할 수 없습니다. 슬퍼할 수도 없습니다.
'눈물의 밥 한 그릇"의 의미를 되새기며 절망하지 않는 당신이길.....!!! 柳溪 *옮김*나그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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