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의 정 ◎
꽃은 피어날때 향기를 토하고
물은 연못이 될 때 소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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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피었는지 알 수 없는
정원의 꽃은 향기를 날려
자기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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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잘 다스려 평화로운 사람은
한 송이 꽃이피듯 침묵하고 있어도
저절로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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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생 살아가면서
우리는 참 많은 사람을 만나고
참 많은 사람과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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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꽃처럼 그렇게 마음깊이
향기를 남기고 가는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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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정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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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음을 떠나서
사귐의 오램이나 짧음의 상관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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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만나 함께 호흡하고
정이 들면서 더불어 고락도 나누고
기다리고 반기고 보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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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또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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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박하게 살다가
미련이 남더라도 때가 되면
보내는 것이 정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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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가 속을 비우는 까닭은
자라는 일 말고도 중요한 게
더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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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몸을
단단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대나무 속을 비웠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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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강풍에도 흔들릴 지언정
쉬이 부러지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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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비워둔
방안에도 금세 먼지가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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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지 않는 마음
구석안은 오죽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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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말처럼 산다는 것은
먼지를 닦아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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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진 -
*옮긴 글*나그네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