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기 위해 떠나는 여행 

       柳溪 권성길
 
언젠가 국토 대장정 다큐멘터리(documentary)를 봤습니다. 
죽을 고생을 하면서 오랫동안 국토 여기저기를 걸어 다닌 
젊은이들……. 도중에 쓰러지고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죽을힘을 다해 대장정을 마친 그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그중에 어느 여학생이 이런 말을 하더군요.
“난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국토 대장정을 온 게 아니에요. 
서로 기대기 위해,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의지하기 위해, 
그렇게 나 혼다는 살아갈 수 없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아간다는 사실, 그걸 확인하려고 여기에 왔습니다.

어떤 남학생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여기로 떠나오기 전에는 아버지가 미웠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버지를 사랑해요. 이 산만큼 아버지와 어머니를 사랑합니다.”

험한 산에 오르고 바다를 탐험하고 극한까지 개척하는 사람들, 
그 결과 그들은 자신감과 강한 의지를 알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도 ‘혼자서는 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또 한 번 
확인하는 기회일 수도 있습니다.

혼자 잘난 맛에 살기도 하지만, 내가 잘나면 얼마나 잘나고 
내가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존재입니다. 

내가 신은 신발, 내가 입은 옷, 내가 듣는 음악…… 이 모든 
것이 타인으로 인한 것입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타인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언젠가 내가 돌아갈 곳은 내 가족, 내 친구의 품이라는 것, 
언젠가는 내가 돌아가 안길 곳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품이라는 것, 그 사실을 절실하게 깨닫기 위해 우리는 
모험을 떠나고, 산에 오르고, 여행을 떠납니다. 

  *옮김*나그네 정*